몇 년 전에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에서 주관하는 치매전문교육을 이수했다. 교육 과정은 이론 및 실습 평가로 이루어지는데 마지막 관문인 실기시험에서는 필기시험과는 달리 직접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
따라서 실전 경험이 부족한 교육생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필기는 객관식이고 실기는 구술평가라서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다만 현장에서 당황하지 않으려면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인터넷 검색을 통해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서점에 가서 책을 구입했는데 예상외로 종류가 많지 않았다. 그나마 몇 권 있던 책마저도 시중에 나온 지 오래된 터라 최신 정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쩔 수 없이 예전 기출문제집을 참고하여 공부했고 틈틈이 모의고사를 풀어보며 감을 익혔다. 마침내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첫 번째 환자를 배정받았다.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지원자가 함께 들어갔는데 모두 60대 남성분이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후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갔다. 주어진 시간은 30분이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일단 기본적인 신체 기능 체크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혈압 측정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다음으로는 인지 능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때부터는 정신없이 흘러갔다. 질문 하나 던지고 답을 기다리는 동안 머릿속엔 온통 백지상태가 됐다.
간신히 기억을 더듬어가며 대답하는데 옆에 계신 분은 막힘없이 술술 말씀하셨다. 순간 주눅이 들면서 식은땀이 흘렀다. 이대로 가다간 불합격이라는 생각에 초조해졌다. 그러자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급기야 눈앞이 캄캄해지고 현기증이 났다.
가까스로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나니 조금 진정이 됐다. 이어서 뇌파 검사를 했는데 이것 역시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모든 일정을 마치고 자리에 앉으니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정말이지 진땀 나는 사투였다. 나중에 합격 통보를 받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돌이켜보면 참 아찔한 순간이었다. 만약 그날 내가 실수라도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쯤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